※ 앞서 여기서 병맛은 장애인 비하 의도 없음을 밝힌다.
제목 : 쌉니다 천리마마트
장르 : 드라마
채널 : tvn 2019.09.20. ~ 2019.12.06. 12부작
제작사 : tvn
개그연이 준 드라마 평점
★ ★ ★ ★ ★
이 드라마는 사실 취향이 많이 가릴 것 같다. 나는 엉뚱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내용이나 내용을 좋아하는데, 이 드라마는 볼 때마다 너무 웃겨서 울면서 봤던 것이다. 천리마마트는 DM그룹의 공식 유배지인데, 마트가 얼마나 좋지 않으면, 재래 상권에도 밀릴 정도다. 여기로 발령이 난 엘리트 점장 문석구는 마트를 기사회생시키려고 하고 회장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이 마트로 유배를 온 사장 정복동의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는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반전의 이야기와 그 안에서 따뜻함도 있다. 이 드라마 또한 웹툰이 원작으로 사실 드라마로 만들어지기에는 웹툰에서 드러나는 '병맛'과 b급 감성이 드러나 있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을 완벽하게 구사해내며 어색함이 없을 정도이다. 그럼 이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웹툰에서의 병맛과 b급 감성을 드러냈는지, '병맛'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병맛'의 탄생
'병맛'이란 대체로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이 단어는 처음 만화계에서 등장했다. '디시인사이드(DCinside)'라는 대형 커뮤니티는 이런 인터넷 코드와 문화생산지이자 확산지이다. 이곳에서 자유분방한 형식과 내용의 만화들이 게시됐다. 처음엔 '병맛'이 '병신 같으나 재미있다'는 뜻으로 쓰였으나, ‘병맛’ 만화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부정적 의미가 강해졌다. 이후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에 올라온 다양한 창작물 뿐 아니라 기사, 칼럼 등이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면 이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병맛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어 B급 문화라고 불리었던 것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청년 담론으로 이야기하는 시각이 있다. 경제 위기와 고용불안의 일상화가 청년층 노동조건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지고 복지 재정 배분이나 연금제도, 주택정책 등을 둘러싼 세대 경쟁 혹은 세대 갈등의 이슈가 표면화되면서 청년들이 냉엄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패배자, 곧 잉여적 존재로 인식하는 자기 비하적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쌉니다 천리마 마트>에서의 ‘병맛’ - 서사 전반에 걸친 예측 불가능한 요소
<쌉니다 천리마 마트>에서 '병맛'을 표현하는 데 있어 '서사 파괴'를 선택한다. 이는 기승전결의 서사구조 단계에 구애되지 않고 '병맛' 요소들이 투입됨으로써 서사 전반에 걸친 예측 불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천리마 마트가 운영되는 동안에 일어나는 일을 뮤지컬 형식을 가지고 표현하고 CG와 그래픽으로 원작 웹툰을 재현하면서 사람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보여주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서 '병맛'요소는 크게 뮤지컬 형식, 패러디, 풍자를 찾을 수 있다.
뮤지컬 형식은 방송에서 갑자기 노래가 나와 천리마 마트 또는 다른 장소가 무대로 변하여 노래를 하는 것이다. 뮤지컬 형식은 1화부터 나오는데, 빠야족이 천리마 마트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자기들 스스로가 카트를 자청하는 부분이 나온다. 문석구 점장이 "저 사람들 뭐예요?" 대사가 나오면서 머리를 아파한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노래가 나오면서 마트는 무대가 되고 조명과 빠야족이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9화에서 정복동 사장은 마트 이익금으로 배추밭을 산다. 그 배추밭은 배추를 키우는 데만 목적이 있었다.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것을 안 문석구 점장은 배추밭에 있는 정복동 사장에게 가서 반발한다. 그런데 정복동 사장은 여유롭게 배추밭을 돌보며, 배추에게 "애들아 노래들을 시간이야! 준비되었니?"라고 묻는다. 갑자기 빠야 족이 성악을 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정복동 사장은 빠야로티 성가대라며 좋아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패러디와 풍자가 이루어지는데, 방송에서는 조성모의 초록매실 광고, 원빈의 현대자동차 패러디, 빠야족의 GOD의 어머님께 패러디와 방탄 소년단의 피땀 눈물패러디, 어벤져스 배경음 패러디, 아기상어 BGM 패러디 등 방송 중간 중간에 패러디하는 장면이 회상장면처럼 등장한다. 또한 풍자도 대놓고 한다. 건너편에 있는 히드라마트 사장이 정복동 사장에게 슬로건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러 왔는데, 정복동 사장은 '적립급 원래 네 돈 인거 알지? 네 돈을 선심 쓴다. 적립금 두배'라고 적어 히드라마트 사장에게 조언을 해준다. 히드라 마트 사장은 너무 솔직한 슬로건에 화가 났다. 그러면서 천리마 마트 슬로건도 솔직하게 자신에게 조언해준 것처럼 하지 않으면 마트 앞에서 스타킹을 머리에 쓰고 춤을 추겠다고 한다. 천리마 마트 슬로건은 '건너편 마트가 더 쌉니다'였고 히드라 마트 사장은 춤을 추었다. 이 장면에서 권위주의 태도를 지닌 히드라 마트 사장을 풍자하고 있다. 또한 전체적인 흐름에서 우리의 현실을 '병맛'으로 풍자하고 있다.
기존질서에서 해방되는 카타르시스
천리마 마트에서는 성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성공을 하고, 거짓말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표현한다. 천리마 마트는 갑질 문제, 노동자의 현실, 계급으로 인한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천리마 마트에서의 성공요소를 상생과 솔직함으로 표현하여 비현실적인, '병맛'으로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준다. 대표적인 것을 보면, 천리마 마트는 ‘손님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다. 그래서 고객 만족 센터에 가면 직원 오인배가 왕으로 있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왕에게 "환불해 주시옵소서"라고 하면 "환불을 허하노라!"라고 답한다. 현실에서 이렇게 고객만족센터가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의 불만이 엄청날 것이다.
경쟁을 없앤 ‘상생’
천리마 마트에서 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상생'이다. 상생은 봉황시 주민들을 위한 문화행사를 진행한 것, 무료 오락실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놀 곳을 마련해준 것, 노인을 위해 행사를 마련하여 상품을 팔 때 정가보다 할인하여 파는 것 등이 있다. 이것 외에도 마트 이익금을 원래는 본사에 가져다주어야 하지만 정복동 사장은 그 돈으로 지역 땅을 산다. 그래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야기하고 수능 이벤트로 학생들을 고용하는데, 최저 시급에 30% 인상하여 주는 행사를 한다. 그런데 이런 상생은 항상 성공요소로 돌아온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유는 정복동 사장은 성공을 위해서 이런 계획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봐도 저런 행사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마트에서 일어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기존의 채용방식을 거부한 직원채용방식
정복동 사장이 천리마 마트로 오자마자 직원을 채용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직원’을 뽑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토익 점수, 대외활동, 대학, 경력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력서도 없는 사람을 받아준다.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당한 최일남, 가수 지망생인 조민달은 이력서도 경력도 없지만 합격한다. 전직 건달 오인배는 천리마 마트에 와서 항의하려고 왔는데 합격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이주 노동자인 빠야족을 전원 받아준다. 또한 어린아이를 고용하여 공부하게 해주고 죽은 사람까지 고용한다. 이 사람들은 다 비정규직도 아닌 정규직이다. 그리고 정직원이 되는데, 자격은 필요 없었다. 이는 기존의 직원 채용 방식과는 다른 채용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직원 채용 방식과는 다른 채용 방식이다. 취업난, 과도한 경쟁, 차별이 만연한 우리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잠깐 쉬게 해주는 것도 있지만, 이것을 기존의 것을 깨는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키고 있다. 천리마 마트는 심지어 사장이 직접 노조를 만든다. 여기서 또다른 정직원, 문석구 점장이 등장한다. 문석구 점장은 저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모습을 보고 사장에게 따진다. "계약직 체결도 아니고 정직원 채용을 이력서도 없이 온 어중이떠중이를 왜 채용하십니까? 저 여기 들어오려고 개고생 했거든요. 대학시절부터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자고 싶은 거 못 자고 숨만 쉬며 취직 준비했습니다. 어떻게든 자리 잡으려고 토익에, 학점에 얼마나 힘들게 들어온 회사인데, 저렇게 이력서도 없는 사람들을 채용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납니다."라는 대사와 사장의 대답, "문석구 점장, 자네는 저 사람들과 달라?"라고 한다. 문석구 점장처럼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각들이다. 이것은 공정성을 추구하는 이 사회에서 처해진 배경(블평등한 사회)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결과로 내 비추는 것만을 보고 공정함을 파악하는 사람들을 꼬집기도 한다.
‘병맛’의 타자들
위에 드라마 내용을 보면, '병맛' 이 좋게 표현되는 것 같은데 ‘병맛’이라는 단어는 장애인을 타자 화한다. '병맛' 은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조롱의 의미를 담아, 맥락 없고 어이없는 것을 뜻한다. 이 말에서부터 장애인을 비하하고 있으며, 타자 화하고 있다. 그런데, '병맛' 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 '병맛'이라는 단어에 지적하지 않는 점이 소수자의 인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이 말을 대체할만한 단어가 필요하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B급 감성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좀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면 박재연의 연구를 보면, 장애인 비하 의도 없음을 확실히 밝히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방영 중 초기에 문제가 되었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희화화에 있어서도 '병맛'을 표현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장치를 설정해 보여준다. 이것도 외국인 노동자를 극히 희화화하고 있다. '병맛'으로 인해 권위주의적에 대해 반격할 수 있는 점도 있지만 반대로 모든 것을 재미로 승화시키는 것에 있어 탈맥락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직면을 방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정치적으로 무관심으로 청년들이 겪는 사회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는 점이 있다.
개그연이 본 '쌉니다 천리마 마트'
다들 이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너무 웃기고 황당해서 더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것이다. 이 드라마는 쉴 때 꼭꼭 추천한다. 12화밖에 되지 않으니 하루면 충분하게 정주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병맛'이라는 다서 가벼운 주제로 조금 무겁게 푼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로만 보기에는 씁씁할 부분이 있다. '병맛' 콘텐츠는 무겁고 진지한 메시지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하지 않고 웃을 수 있게 해준다. 신조어인 '진지충', '설명충' 등 단어로 보면, 사회는 모두가 아는 것을 지루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극히 혐오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충'을 사용하여 혐오스러운 표현은 문제이지만 이런 단어들이 생긴 이면에, '병맛'이 만연한 사회 이면에 청년층에게 실업과 과도한 경쟁, 저임금 등의 사회적 문제가 있다. 이 현실에서 사람들은 잠깐 벗어나고자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병맛', B급 감성을 찾는 것이다. 또한 취업난, 경쟁으로 인해서 자아실현을 직업으로 추구하기 어려운 시대에서 '병맛'이라는 재미를 추구하여 자아실현을 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과도한 해석일 수 있지만, 웹툰이 드라마 화 되는 시점에서 한번쯤 '병맛'이 드라마에 드러나는 방식과 '병맛'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개그연이 뽑은 명대사
"환불해주옵소서"
"그대 청을 허하노라"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이게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응 가능해 우리가 원하는 삶이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
속는 셈 치고 봐봐, 쌉니다 천리마 마트><